Capernarum(Capharnaüm), 2019, Nadine Labaki

올해 IFFR(International Film Festival Rotterdam) 가장  수확 


#IFFR2019 #Capernarum #Zain 

#IFFR2018 #Thefloridaproject #Moonee



작년 IFFR의 가장 큰 수확이 플로리다 프로젝트였다면, 올해는 가버나움이다.  

그리고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가장 큰 주역이 Moonee였듯이, 가버나움에는 Zain이 있다. 둘 다 특별히 연기를 교육받은 연기자라기보단,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행동한 아이들의 모습을 감독이 카메라에 담았다고 하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두 아이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맞추어 적응하는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었고, 그들에게 어른들의 세상은 이상적이지 못했다. 







 




[스포일러가 포함 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는 레바논의 베이루트시내의 슬럼 지역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Zain은 열 두살의 꼬마다. 대략 그 정도라고 추측하지만,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그에게는 꽤나 많은 수의 형제 자매들이 있고, 부모는 그들의 출생 신고를 하지 않았다. 아직 어려 보이는 아이들은 주어진 환경에 익숙하게 각자 자신의 할 일들을 찾아서 한다. 길거리에 나가 주스를 팔거나 구걸을 하며 서로의 팁을 공유한다. 


그러던 어느 날, Zain은 이부자리에서 낯선 핏자국을 발견한다. 동물적인 감각으로 위험한 신호임을 직감한 Zain은 동생 Sahar에게 생리가 시작됐음을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하지만 열 두살짜리의 꼬맹이의 최선은 아무래도 어른의 그것에 비할 수 없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11살 짜리 여동생은 닭 몇 마리의 가격에 집주인 Assad에 결혼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로 팔려간다. 


동생의 강제 출가 이후 Zain은 집을 나온다. 버스에서 스파이더맨 대신 바퀴벌레 맨을 만나 놀이동산을 떠돌던 Zain에게는  다른 가족이 생겼다바로 Rahil 그의 아들 Yonas. 그러나 에티오피아 출신으로 불법 체류와 관련한 서류 때문에 마음을 졸이던 그녀는 결국 잡혀갔고, 열 두 살짜리의 꼬마는 어떻게든 두 살짜리 아기의 인생을 책임지려 나름대로 애써본다. <어느 가족(Shoplifter), 2018>과 <아무도 모른다(Nobody knows, 2004>의 레바논 판 같은 인생이랄까. 

그렇지만 아무리 눈치가 빠르고 똑똑해도 이 세상에 열두살 짜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다. 결국 아기에게 잘해주겠다며 꼬드기는 Aspro의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대신 스웨덴에 가기로 했다. 그 여행을 위해서 돈을 모으기 시작한다. 스웨덴이나 터키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자신의 신분을 증명하기 위한 ID와 서류가 무엇인지도 모르는 꼬맹이에게 집에 도착했을 때 닥친 현실은 생각보다 가혹했다. 도대체 이 가족에게 부모란 어떤 존재인가. 아주 옛날에야 태어나는 대로 아이를 낳으며 아이는 제 먹을 것을 쥐고 태어난다고 말하던, 농경시대에 노동력이 곧 돈이던 시절이 있었지만, 시대는 아주 많이 달라졌다. 건사할 능력도 없이 자식들을 낳아 방치하는 것은 엄청난 아동 학대다. 똑똑한 Zain은 이런 슬럼가에서 이렇게 무책임한 부모 밑에서 태어나지 않았다면 훨씬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아이였다. Sahar또한 생리가 시작하자 마자 누군가에게 팔려가 그 작은 몸으로 감당할 수 없는 성폭행과 임신 등으로 인해 사망하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이다.  


Sahar는 갔지만, 임신으로 새 동생이 생길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Zain은 결국 감옥에서 부모를 고소한다. 아동 학대 방임죄로. 법정에서 그의 부모가 하는 말들은 슬프도록 무책임하다. 그들은 적어도 Sahar에게 침대와 먹을 것이 생기고 TV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더 나은 삶일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한다. Zain이 원하는 것은 간단했다. 그들의 부모가 더 이상 동생을 만들지 못하게 해달라고 말한다. Zain은 그의 부모가 어린 동생들을 건사할 능력이 없음을, 그리고 그러한 상태에서 가족을 늘리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하고 폭력적인 일인지를 알기 때문이다. 



도무지 웃을일이라곤 없을 것 같던 Zain이 여권에 넣을 사진이라고 하니 겨우 웃었다. 어른들은 과연 이 아이의 웃음을 얼마나 지켜줄 수 있을까. 



<플로리다 프로젝트>의 Moonee의 웃음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던 것 처럼, Zain의 웃음도 한동안은 내 머릿속에 머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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