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ue is the warmest color (La Vie d'Adèle - Chapitres 1&2), 2013, Abdellatif Kechiche 

가장 따뜻한 색, 블루(원제는 아델의 삶 - 챕터 1&2), 2013, 압델라티프 케시시 감독 


Lèa Seydoux(Emma), Adèle Exarchopoulos(Adèle) 




근래에 보았던 영화 중 가장 로맨틱한 영화. 

3시간이라는 어마어마한 러닝타임이 지루하거나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 영화에는 이 정도의 묘사와 서사가 필요했다는 생각이 든다. 



처음에는 포스터와 제목을 포함해서 엠마의 파란 머리가 가장 눈에 띄지만, 결국 블루는 아델에게 옮겨가고, 아델의 블루도 언젠가는 사라지거나 누군가에게 옮겨갈지도 모르겠다. 실은 아델을 보느라, 내게는 엠마의 모습이 잘 안보였다. 무엇보다 아델의 모습이 너무나 생생하고 싱그러워서 (좀 더 참신한 표현을 하고 싶다!)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 만으로도 행복했다. 어쩌면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영화 속 은교나 'Call me by your name(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속 엘리오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그들과는 또 다른 느낌. 


왜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Call me by your name(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이 지루했다. 

평단의 극찬을 받았던 영화답게, 이탈리아의 여름과 햇살, 공기까지 너무나 잘 표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인물의 감정에 도무지 빠질 수 없었달까. 두 시간이 넘는 러닝타임이 지루했고, 결국 마지막 엘리오의 아버지가 해주는 이야기와 엘리오의 표정만이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그에 반해 '가장 따뜻한 색, 블루(Blue is the warmest color)' 는 (남녀만 바뀐) 퀴어 소재, 계절과 시간의 변화, 십대(청춘)의 성장 이라는 여러 가지 부분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지만,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눈을 뗄 수 없는 몰입감이 있었다.  'Call me by your name(콜 미 바이 유어 네임)' 보다 더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인물에 한없이 빠져들어 영화에 집중했다. 당장 무엇이라고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지만. 단지 같은 성별이므로 남성보다 여성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서 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엇이었건, 내게는 더 생생한 느낌이 살아있는 아델과 엠마의 프랑스식 이야기가 훨씬 와 닿았을 뿐. 



논쟁의 부분이 되기도 하는 영화 속의 사랑을 나누는 장면도 그렇다. 어쩌면 감독의 과한 욕심이 아니냐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그저 섹슈얼하거나 아니면 뮤직비디오 처럼 그저 아름다운 몽따주를 따는 것이 아니라, 직접 온 몸을 부딪혀가며 땀과 체액을 나누는 '애정의 과정'이 잘 표현되었다고 생각해서 그 씬들이 아름답다고 느껴졌다. 성별이 같은 사람들의 사랑은 저런 방식이구나, 제대로 알지 못하던 누군가의 삶을 조금 들여다 본 기분도 들고. 어떤 부분은 조금 다르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하는 감정 그 자체는 전 세계 공통인 것 같다. 우리는 모두 그저 사람이니까. 








아델의 연기와 캐릭터가 너무 좋아서 내내 그녀만 열심히 쳐다보았는데, 가끔은 '이터널 선샤인' 속의 오렌지 걸 클레멘타인이 생각나기도 했다. 

아마도 평생 그처럼 통통 튀고, 너무 백지처럼 순수하고, 그 순수함을 온 몸으로 내 뿜는 기운을 가진 사람으로서 살아보지 못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였던 것 같다. 앞뒤 재지 않고 일단 끝까지 가 보는 것에 대한 열망 같은 것이 내 안에 어딘가에 있는 것 같다. 아마 나는 겁이 많아서 가리고 따지는게 많아서 그렇게는 못 살 것 같아. 그런데, 그렇게 사는 네가 너무 부럽다. 싶은 마음. 


감독이 레몬타르트를 먹는 아델의 입을 보고 캐스팅을 했다고 하는데, 아 그 귀엽고 너무 솔직하게 먹는 것 아닌가 하는 그 입술이 뭔지 너무 알 것 같다. 아델같은 캐릭터를 어딘가에서 만난다면 정말 사랑에 빠지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은 기분. 예뻐. 그리고 프랑스 영화라서 - 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헐리웃 영화의 cheesy한 포장 없이 - 더 적나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 날 것의 솔직한 느낌이 내내 너무 좋았다. 가식적인 포장 한 겹 없이, 맨 살에 와 닿는 감정들. 






계속 영화를 보다 보니 취향을 점점 더 세세하게 알아가게 되는 것 같다. 

나는 섬세한 영화를 좋아한다. 감정의 섬세함, 상황의 섬세함, 쉽게 놓쳐버리거나 지나쳐도 아무도 모를 디테일 같은 것들을 살린 영화.

환상이 아닌 리얼리티가 살아 숨쉬는 씬. 드라마나 다큐멘터리의 장르와 가까운 모습들. 


개인적인 취향의 결론이겠지만, 이만큼 따뜻하고 섬세한 영화는 한동안 못 보았던 것 같다. 너무 좋아서, 자꾸 생각나는 영화. 


로맨틱한 영화를 자주 보지 않는데, 그래도 그중에서 제일은 '블루 발렌타인(Blue Valentine)'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 이번에 바뀌었다. 

나의 제 1 로맨스 영화는 이제 '가장 따뜻한 색 블루 - 아델의 삶'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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