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은 감독의 두 영화.




환절기, 2018 





당신의 부탁, 2017 




개봉의 시기는 환절기가 늦었지만, 실은 환절기가 당신의 부탁 보단 먼저 찍은 영화다. 이동은 감독의 장편 데뷔작이라고. 

당신의 부탁을 먼저 보고 환절기를 보았는데, 개인적으로는 환절기가 더 좋았다. 


Mike Mills의 두 영화 20th Century Women 과 Beginners 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지만 묘하게 닮은 구석이 있는 것처럼, 

이 두 영화도 서로 다른 이야기지만 같은 감독이 만든 영화 답게 관통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가족이라는 공동체를 바라보는 시선에 관해서. 


가족하면 생각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표방하는 가족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이 감독이 가족을 다루는 방식에는 무리한 강요가 없다. 스토리가 전체적으로 잔잔하고 고요하게 흘러가면서 서로가 서로를, 혹은 어떠한 사건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때까지 기다려주는 미학이 있다고 할까. 실은 어쩌면 너무 비슷한 플롯인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영화 전반에 흐르는 분위기나 주인공이 받아들이는 임팩트 있는 현실이 일대일 대응을 하는 것 같은 느낌도 있지만, 어쨌든 내게는 좋았다. 거의 10여년 전에 바다쪽으로 한뼘 더 라는 영화를 보았을때 같은 기분이랄까.


당신의 부탁 속 무기력한 듯, 무심한듯한 어쩌면 그래서 그렇게 대범한 결정을 해버린걸까 싶은 임수정의 캐릭터도 그렇고, 

환절기 속 주어진 상황에서 묵묵히 아들을 돌보고 삶을 받아들여 나가는 배종옥의 캐릭터도 그렇고, 

극을 조금 더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캐릭터는 아들보다는 어른인 엄마의 몫이다. 

그런데 이원근 배우가 연기한 용준의 눈빛은 아주 특별히 눈에 띄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그것이 환절기에 한 표를 더 준 이유.



당신의 삶에도 기대치 않았던 이상하거나 놀라운 일이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날지도 모른다. 인생에 그런 일이 닥친다면 그때 다시 꺼내보고 싶은 영화.

삶을 껴안는다는 말이 어울리는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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